제주 해안가를 걷다가
버려진 집을 발견했습니다
거역할 수 없는 그 어떤 이끌림으로
빨려들 듯 들어섰던 것인데요 둘러보니
폐가처럼 보이던 외관과는 달리
뼈대란 뼈대와 살점이란 살점이 합심해
무너뜨리고 주저앉히려는 세력에 맞서
대항한 이력 곳곳에 역력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생도 저렇듯
담담하고 의연히 쇠락하길 바라며
덜컥 입도(入島)를 결심하고 말았던 것인데요
이런 속내를 알아챈
조천 앞바다 수십 수만 평이
우르르우르르 덤으로 딸려왔습니다
어떤 부호도 부럽지 않은
세금 한 푼 물지 않는
손세실리아 시인의 <바닷가 늙은 집>
겉모습은 늙어가도
뼈대만은 단단한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아도
속에는 수십만평 바다를 품고 있는
시인의 바닷가 낡은 집 같은 사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