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그릇에 소복이 고봉으로 담아놓으니
꼭 무슨 등불 같네
한밤을 건너기 위해
혼자서 그 흰 별무리들을
어두운 몸 속으로 꾸역꾸역 밀어넣는 밤,
누가 또 엎어버렸나
흰 쌀밥의 그늘에 가려 무엇 하나 밝혀내지 못한
억울한 시간의 밥상 같은
창밖, 저 깜깜하게 흉년든 하늘
개다리소반 위에
듬성듬성 흩어져 반짝이는 밥풀들을
허기진 눈빛으로 정신없이 주워 먹다
목 메이는 어둠 속
덩그러니, 불 꺼진 밥그릇 하나
이덕규 시인의 <객지밥>
타지에서 혼자 지내다보면
제대로 된 반찬도 없이
늦은 식사를 하기 일쑤죠.
배고픔에 눌러 담은 밥은
왜 그렇게 넘어가질 않는지...
허기가 진 것은
배가 아니라 마음임을 깨닫는
저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