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10 (화) 옛날 바다
저녁스케치
20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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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열차를 타고 옛날 바다에 가고 싶다. 응달도 별자리도 없이 옛날만 있는 바다. 사랑도 편지도 문패도 모두 옛날에만 있어서 하나도 아프지 않은 바다. 갈매기와 파도마저 옛날 쪽으로 고개를 숙이는 바다. 옛날의 애인이 울어주는 바다. 가만가만 울음을 들어주는 바다.

옛날 바다에 가고 싶다. 옛날의 모래와 햇볕이 성을 쌓는 바다. 무너져도 다시 쌓으면 그만인 바다. 빨간 우체통이 서 있는 바다. 이별마저 옛날에 다 지나간 바다. 이별마저 옛날에 다 잊히고 잊힌 바다. 이별마저 왔다가 옛날로 가 버린 바다.

옛날 열차를 타고 옛날 바다에 가고 싶다. 그 어떤 약속도 옛날이 돼버린 바다. 그래서 이제는 지킬 수 없는 약속만 떠도는 바다. 내가 데리고 간 상처가 가만가만 양말을 벗는 바다. 모든 게 착해진 바다. 다 지나간 바다. 내가 옛날이 되어서 돌아오지 않는 바다. 옛날마저 옛날이 되어서 돌아오지 않는 바다. 돌아오지 않아도 다 용서가 되는 바다.

류근 시인의 <옛날 바다>


이렇게 답답할 때는
넓은 바다가 간절해지죠.
가슴을 트이게 해주는,
아픔까지 쓸어가 줄 것 같은
바다가 그리운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