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문득 뒤가 궁금해지거든
제자리에 딱 멈추는 거야 두 발을 한껏 벌린 채
가랭이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한참 들여다보는 거야
고개를 박고서 바라보는 구름 꽃나무 날아다니는 새들
벌레들도 보일 거야 돌멩이들도 보이겠지
하나하나 다른 모양의 돌멩이들 발자국들 좁다랗고 널찍한 길
구불텅구불텅하고 쪽 곧은길이 두 기둥 사이에서 꿈틀거리고 있겠지
모든 길은 가랭이 사이로 통하는 거겠지 뒤가 궁금해지거든
그렇게 한번 해 보아 빼툴빼툴 서럽게 서툴게
걸어온 발자국도 보이겠지 당당하기도 하고 흔들거리기도 하면서
아름다이 흔적없는 풍경화가 되어 뒤를 든든히 떠받치고 있겠지
나병춘 시인의 <어린 왕자의 기억들>
문학에는 ‘낯설게 하기’라는 기법이 있죠.
시간 순서를 바꾸거나
단어조합을 다르게 해서
늘 보던 것을 새롭게 보이도록 만드는 방식입니다.
가끔 일상을 볼 때도 낯설게 보는 눈이 필요한 거 같아요.
철봉에 매달려 학교를 거꾸로 보던 어린 시절처럼,
가랑이 사이에 머리를 넣어 하늘을 보는 개구쟁이처럼,
반대 방향에서, 타인의 눈으로,
머리 위 새의 시선에서 땅을 본다면,
어둡고 우울한 이 길에도 한 줄기 빛이 보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