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에 마른 노랑을 한 번 더 말린다
복수초가 밀어올린 귀때기 시린 노랑
생강나무 가지에서 눈 부비는 새끼 노랑
개나리 울타리에서 여기저기 떼창하는 노랑
노랑 원복 입은 아이들이 병아리 떼를 데리고 와
종알종알 노랗게 나들이 간다
봄 햇살을 빨아대는 어린 노랑들을 뒤집으니
민들레, 씀바귀, 애기똥풀 꽃이 노랑 노랑 풀밭에 쏟아진다
바람이 들판에다 노랑 바리케이드를 둘러친다
젊은 연인들이 두고 간 새뜻한 노랑 속에
언 발을 옹송거렸던 노랑턱멧새 한 마리
팽팽히 하늘 한 자락을 들어 올린다
누가 저 출렁이는 노랑들을 한 다발 묶어
별무늬 꽃병에다 꽂아 두었나
초승달 샛노랗게
돋아난, 삼월의 어느 저녁
박수현 시인의 <초승달, 봄>
제주에 유채꽃이 피었다는 소식,
청계천에 산수유가 피었다는 소식이
이렇게 아쉽게 들렸던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노랑이 지천이지만
아직 마음에 어둠이 가시지 못한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