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근무를 했다
발꿈치가 서늘하게 그리운 날이 있다
하나의 문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둥글게 살았다
거울을 보며 하품 참는 연습을 하고
상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백한 가지 대화법을 읽거나
정수리가 뜨거워지면 숫자 열을 세었다
저녁은 도넛
돈 나올 구멍은 없고
매달 십오 일이면 새어나가는 게 많았다
허리둘레가 늘었고 돌려막기를 했다
양말을 꿰매다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날은
작은 바늘을 물려받은 것을 원망했다
내가 가진 바늘로는
기름에 찌든 끼니를 먹고
손가락을 따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구멍의 시작, 돌반지를 팔고
담배연기로 도넛을 만들어 쏘아 올렸다
마이너스통장엔 동그라미가 하나 더 생기고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보름
저 밤하늘도 구멍 난 양말을 신었다
박은영 시인의 <구멍을 감추고>
최대한 숙이고 구부려 둥글게 살지만
통장에 ‘0’ 하나 붙이는 게 쉽지 않지요.
돈이 나올 구멍은 없는데
새어나가는 것은 늘어나는 삶...
마음에 허전함만 커져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