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된장 고추장 간장을 담고
누구의 집에서도 사랑받은 몸
시방은 나이들어 장독대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다
질그릇으로 태어났어도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살아온 나달
철 따라 배불리 먹여 주던
아낙네들 손맛이 때로는 그립다
육신의 배부름은 없어도
다 비워 버린 여유로운 삶
가을에는 빨간 단풍 한두 잎 떨어져
빈 가슴에도 뜨거운 피가 돌게 한다
거꾸로 보는 세상이 더 참이다
비워 버린 삶이 더 행복하다
비어 있어도 늘 배가 부른 것은
빛살도 바람도 머물다 가기 때문이다
김철진 시인의 <빈 장독의 노래>
예전만큼 풍족하지 않지만..
찾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그래도 여유가 있어서 좋습니다.
여전히 빛살과 바람이 찾아와주고
계절따라 꽃과 낙엽이 친구가 되어주니
이보다 더 바랄 것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