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25 (수) 봄도 없이 삼월
저녁스케치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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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무릎보다 낮은 반지하
쪽창에 핀, 손바닥만 한
보행기 신발과
앞코 헤진 운동화​

봄빛을 모아 출렁이는
두 켤레 꽃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봄도 없이 그 앞을 지나던
수백의 연분홍 맨발들도
한 번씩 발을 넣어 보겠습니다

얼굴 없는 걸음들이 지나칠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햇살 미끄러지는
아이의 잠을 덮겠습니다

봄이 혼자만 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햇살에 힘줄이 돋습니다

김병호 시인의 <봄도 없이 삼월>


겨우내 굳게 닫혔던 창문이 열리면서
이집 저집에서 인기척이 새어나옵니다.
창밖으로 흘러나오는 동요소리에
저 집은 어린아이가 사나 보구나...
일광욕 하는 화분을 보며
저 집 주인은 꽃을 좋아하는 모양이지...
동네 골목에도 봄의 생기가 돋아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