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17 (월) 배추국
저녁스케치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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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삼 시 세 끼 다 배추국을 끓이셨다.

어린 내 손가락보다 굵은 멸치가 둥둥 떠오르던 된장 배추국.

가난이 어떤 것인지 모르던 나는 어머니의 고단한 하루도 또 모르는 채 반찬 투정을 했다.

구수하고 시원한 국 맛이 어때서 그러냐고 큰소리 내지 않고 고개를 숙이셨다.

나는 요즘 아이들에게 똑같은 말을 하며 정말 시원하다 정말 구수하다 좋다를 연발하며 늦어도 한참 뒤늦은 맞장구를 친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이제 늙었다며 자기는 아직도 고등어자반이 최고란다 정말 나만 늙은 것인지 모르지만 배추국을 먹을 때마다 어머니의 안부가 궁금하고 불러보고 싶어 전화를 한다.

- 어떠세요? 어머니

이상문 시인의 <배추국>


인생을 살며 뒤늦게 알게 되는 것 두 가지를 꼽으라면

하나는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시원하다’의 의미구요.
다른 하나는 어머니 음식은 그때가 아니면 못 먹는다는 것이죠.

나이 들어 입맛이 변하고
어머니 손맛을 그리워하게 된 까닭은
늦게나마 어머니를 더 자주 찾아뵙고
안부를 전하라는 뜻이 아닐지...

오늘 저녁은 전화 한 통 드려 봐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