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은 김빠진 인생들이 먹는 밥이다.
김밥은 끼니때를 놓쳤을 때 먹는 밥이다.
김밥은 혼자 먹어도 쑥스럽지 않은 밥이다.
김밥은 서서 먹을 수 있는 밥이다.
김밥은 거울 속 시들어가는 자신의
얼굴을 힐끔힐끔 훔쳐보며 먹는 밥이다.
김밥은 핸드폰 액정 화면을 들여다보며 먹는 밥이다.
김밥은 숟가락 없이 먹는 밥이다.
김밥은 반찬 없이 먹을 수 있는 밥이다.
김밥은 컵라면과 함께 먹으면 맛이 배가 되는 밥이다.
김밥은 허겁지겁 먹을 때가 많은 밥이다.
김밥은 먹을수록 추억이 두꺼워지는 밥이다.
김밥은 천국 대신 집 한 채가
간절한 사람들이 먹는 밥이다.
먹다 보면 목이 메는 밥이다.
터널처럼 캄캄한 밥이다.
바다에서 난 생과 육지에서 나고 자란
생이 만나 찰떡궁합을 이룬 밥이다.
이재무 시인의 <김밥>
소풍을 떠올리게 하던 김밥이
바쁘고 시간 없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조금은 쓸쓸한 음식이 되어버렸네요.
밥조차 편히 먹을 수 없는 우리의 삶이
부디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