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22 (토) 그리고
저녁스케치
2020.02.24
조회 544
‘그리고’는 단지 접속사지요
그 무게는 가볍지만
우리에겐 꽤 오랜 생활의 법칙이랍니다
아내는 ‘그리고’로 자라나는 하루를 좋아합니다
‘그리고’에 피어나는 미소를 매우 즐깁니다
나는 가끔 ‘또는’이란 행동으로 아내를 화나게 하죠
직장생활을 핑계로 ‘또는’을 주장합니다
새벽 4시경 비틀거리는 ‘또는’이 문을 두드리기도 하지요
‘그리고’와 ‘또는’은 어느 지점에서 함께할 수 있나요
결혼 30년 정치적 협상 끝에
많은 ‘또는’이 ‘그리고’를 수긍했을 때
아내의 잔소리는 나비처럼 팔랑거립니다
‘그리고’를 닮아가는 ‘또는’의 얼굴에서
환한 오솔길이 날아오릅니다
그리고 당신은 가을하늘처럼 빛납니다

김군길 시인의 <그리고>


회식이다, 약속이다, 직장생활을 핑계 대던 남편이
이제는 아내 닮아가기로 결심한 모양이지요.

책을 읽을 때도
‘또는’이 남발된 문장보단
‘그리고’로 이어진 글이 읽기 편한 것처럼

삶도 ‘또는’ 보다는 ‘그리고’ 라는 접속사가 훨씬 더 잘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