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앉았다 온 곳에서
씨앗들이 묻어 왔다
씨앗들이 내 몸으로 흐르는
물길을 알았는지 떨어지지 않는다
씨앗들이 물이 순환되는 곳에서 풍기는
흙내를 맡으며 발아되는지
잉태의 기억도 생산의 기억도 없는
내 몸이 낯설다
언젠가 내게도
뿌리내리고 싶은 곳이 있었다
그 뿌리에서 꽃을 보려던 시절이 있었다
다시는 그 마음을 가질 수 없는
내 고통은 그곳에서
샘물처럼 올라온다
씨앗을 달고 그대로 살아보기로 한다
조은 시인의 <따뜻한 흙>
옷에 묻은 씨앗처럼
끈기 있게 매달려야
작은 몸에서 잎이 나고 줄기를 키워
열매를 맺는구나, 싶지요.
씨앗 같은 열정, 간절함이 있다면
우리도 바라는 곳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