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르던 집을 장만했다
정원수도 몇 그루 뜨락도 제법 있는
그것도 당당한 이층집이다
빚도 안고 세도 안아 내 집이라기엔
어설프고 낯간지럽다
손 내저으며 과분한 내색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요즘 세상 꼭 제 돈만 가지고
집 장만합니까
한결같이 진작부터 준비한 듯한
앵무새 표현들이다
손 내젓기가 민망해진다
언제부터 이런 정답이 나온 것일까
나도 정답의 한 부분이 되어
이 아침 부끄럽게 대문을 나서고 있다
오하룡 시인의 <정답>
갚아야할 대출금이 한 가득이어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게 어디예요.
빚은 앞으로 열심히 갚으면 되구요.
행복이 찾아왔을 때는
낯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 기쁨을 누려보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