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29 (토) 물받이통을 비우며
저녁스케치
202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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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아래 물받이통이 가득 찼다
누가 나이 찬 어느 집 여식 중매라도 왔나
걸음걸이 조신스럽게 물받이통을 비운다
조금만 숨이 흐트러져도 왈칵 쏟아질 것 같은
오호라 물이 나를 조율하는구나
걸음마를 익히는 아기의 경이를
굳은살 박인 발바닥으로부터 다시 살려내면서
간다, 몇 평짜리 거실이 족히 수십 평은 되는 듯
초와 분을 뛰어넘은 걸음걸이로 부동산
횡재라도 한 듯, 한다
내가 내 걸음을 낯설어하며
미세한 동작을 따라 반응하는 물의 두근거림
둑 너머로 함께 넘실대는
방류 직전까지 간 수력발전소 아닐런가

이럴 땐 심심한 내 눈빛도 제법 싱싱한 눈빛이다

손택수 시인의 <물받이통을 비우며>


화분 물받이에 물을 비우는
별 것 아닌 일이지만
온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눈빛까지 초롱초롱해지지요.

사람을 가장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목표를 정하는 일이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