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김치가 택배로 왔다
꼼꼼하게 포장을 하고 단단하게 매듭을 해놓아서
손을 대기가 민망했다
중요한 물건이 든 것도 아니고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닌데
매듭마다 굵은 세월과 사랑을 실어서
보내왔다
결국은 잘라야 할 매듭이라고
사랑은 잘라내야 하는 거라고 다짐을 하면서
문구용 가위로 끈을 자른다
툭, 투둑
삶이,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이 쏟아져 나왔다
류우림 시인의 <택배>
투박한 포장이 마음을 울립니다.
싸고 또 싸고
동여매고 또 맨 노끈이
어머니의 사랑 같아서
매듭을 자르는 것조차
죄송스러워질 때가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