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장롱을 열었을 때처럼
살다보면 세월에서 문득
나프탈렌 냄새가 날 때가 있다
어딘가에 마무리하지 못하고 온 사랑이
두고 온 마음이 쿡,
코를 찌를 때가 있다
썩어지지 없어지지 못한 삶이
또 다른 시간으로 자라는 저 세월의 갈피
들판에는 내가 켜놓은 등불이 아직 깜박이고
정거장에 우두커니 서 있는 눈물들
아 사랑들
지붕을 넘어 하늘의 계단을 지나 언덕들
숨어 있던 계곡들이
일제히 접혔다 펴지며
붕붕 연주하는 저 세월의 아코디언 소리들
인생의 노래가 쓸쓸한 것은
과거가 흘러간 것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살면서 나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골목을 돌아설 때 불쑥 튀어나오는
낯익은 바람처럼
햇빛 아래를 걷다가 울컥 쏟아지는
고독의 멘스처럼.
권대웅 시인의 <세월의 갈피>
오래된 사진 한 장, 영화 한 장면,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한 곡에
그 시절 추억이 떠오릅니다.
다 잊은 줄 알았던 추억이
아직도 이리 생생한 것을 보면
과거도 나를 그리워한다는 뜻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