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걸인을 위해 몇장의 지폐를 남긴 것은
내가 특별히 착해서가 아니다
하필 빵집 앞에서
따뜻한 빵을 옆구리에 끼고 나오던 그 순간
건물 주인에게 쫓겨나 3미터쯤 떨어진 담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그를 내 눈이 보았기 때문
어느 생엔가 하필 빵집 앞에서 쫓겨나며
부푸는 얼음장에 박힌 피 한 방울처럼
나도 그렇게 말할 수 없이 적막했던 것만 같고-
이 돈을 그에게 전해주길 바랍니다
내가 특별히 착해서가 아니라
과거를 잘 기억하기 때문
그러니 이 돈은 그에게 남기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의 나에게 어쩌면 미래의 당신에게
얼마 안 되는 이 돈을 잘 전해주시길
김선우 시인의 <이런 이유>
어려웠던 사람들은 많지만
어려웠던 사람 모두가
남을 도우면서 사는 것은 아니니까요.
과거를 잊지 않는 그 마음이
특별히 선한 마음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