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꼽아 기다렸던 설 아침이었지요
어머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에 쇠뭇국을
놋그릇에 그득 담아
우리 어린 오남매를 아랫목 동그랗게 불러 앉혔지요
눈 환하게 와 닿는 그 맛이라니, 음식이 입으로 가는지 코로 가는지
오물거리는 어린 입과 둥글게 말아 쥔 꼬막손을
어머니는 마냥 흐믓이 바라보며,
오메 저것 보소, 입속에 밥 들어가는 저것 좀 보소!
당신도 입 안 가득 뽀얗고 뜨건 행복을 꼬옥 물고 계셨지요
이제와 생각하면 사람 사는 게 다 먹고 살자는 일이지만
마른 논바닥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들 입에 밥 들어가는 거야말로
세상천지 가장 보기 좋은 풍경이라던 어머니
뉘 볼세라 돌아앉아 쿡쿡 옷소매로 눈물 찍어내셨지요
오늘 그 반가운 날이 와
그 맛있다는 쇠뭇국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다순 쌀밥을 조반상에 올려놓고
나는 한입 가득 뜨다 말고
또 한입 뜨다 말고
알다가도 모르게 자꾸 자꾸만 입술 깨무는지
젖은 눈꺼풀만 공허니 끔벅거리는지
뜨거운 건 왜 눈물이 날까
김회권 시인의 <뜨거운 건 왜 눈물이 날까>
해마다 명절이면 옆에 없는 가족들이 그리워지죠.
뜨거운 국물 한 숟가락에
추억 한 술, 그리움 한 술,
울컥 하는 마음도 함께 삼키게 됐던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