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나는 손을 잘 들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우리들에게 선생님께서 질문을 할 때, 실상 나는 그 답을 알고 있을 때가 더 많았다. 그러나 한 번도 제대로 손을 들고 대답을 하지 못했다. 속으로만 혼자 "저 답은 이건데..."하며, 겨우 마음속으로 들어 보는 반 손. 손을 들지 못한 나는 한 번도 선생님 앞에서 떳떳이 답을 말하고 칭찬을 받은 적이 없었다.
오늘도 나는 세상을 향해 번쩍하고 손을 들지 못한다. 그건 아니오. 틀렸소. 이렇게 해야 합니다. 소리 높여 세상을 꾸짖은 적은 더더욱 없다. 그저 누가 볼세라 여차하면 내릴양으로 자라목만큼 반쯤 팔을 올리고 세상의 눈치나 살피곤 했던 나의 손. 올릴지 또는 내릴지 아직 정하지 못한 나의 반만 치켜 올려진 손. 그러나 실상 나는 나름대로 알기는 그저 다 알고 있었다. 세상의, 세상의, 그 세상의 일들을 말이다.
윤석산 시인의 <반 손>
가진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해야할 이들은
무리지어 떠드는 사람이 아닌
침묵으로 지켜보고 있는
세상의 수많은 눈들일지도 모릅니다.
말하지 않는다고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