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할아버지는 사립 문설주에도
햇발 안 드는 뒤안 장지문에도
입춘방을 붙이셨다
응달에는 눈이 쌓여
할아버지의 흰머리만큼이나 근심스러운데
마른 가지는 겨울바람이 남아
할아버지의 손등만큼이나 앙상한데
입춘방을 붙이셨다.
둘러보아도 봄소식은 알 길 없고
풀 그릇을 들고
종종거리다가 나는 보았다
하얀 수염 사이
어린아이 같은 할아버지의 웃음
봄이 오고 있음을 보았다
정군수 시인의 <입춘>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면서도
“그래도 오늘이 입춘이잖아” 하며 미소를 보이는 사람들,
‘입춘대길’ 이라고 써 붙이며
'곧 좋아지겠지..' 희망을 거는
사람들의 눈빛에서 엷은 봄기운을 느낍니다.
모두를 힘들게 만드는 질병이 하루 속히 물러나
우리의 따뜻한 봄이 시작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