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없이
순하게
무엇보다도 하얗게
하나의 정수리만 고집부리지 않기로
잔꾀를 쓰거나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벼락같이 솟았다가도
이내 물풀처럼 잠기기도 하면서
가는구나, 하루 해
손짓하여 보낸다
그대는 자꾸만 사는 법을 묻는가
내일은 쑥이 될까 엉겅퀴가 될까
되돌아서 겨냥하는 화살이 될까
앞뒤 분간하기도 분망한 내게
바장이지 않기로 했다
더러는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더러는 마주쳐 엉키기도 하면서
별일 아니다, 이만하면 안녕하다고
흔들리는 다리를 흔들리며 건넌다
그대는 이런 내게 사는 법을 묻는가
이향아 시인의 <사는 법을 묻는가>
누군가 내게 사는 법을 묻는다면
흔들면 흔들리는 대로,
비틀거리면 비틀대는 대로,
바람에 몸을 맡긴 채 걸어가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흔들리며 넘어지며
그렇게 걷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하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