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어진다는 건
그만큼 견뎌낸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사랑도 슬픔도 견뎌내는 일이다
견뎌내지 못한 것들은
어디에서든 상처가 되고
상처가 된 것들은
보이지 않는 틈마다 촘촘히 박혀
결국은 슬픔이 된다
무디고 거칠어진 손이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부드러운 손길로
어둠 속 숨어 있는 상처들을
어루만지고 다독이며
온몸이 무디어지고 헤져도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 손
그리하여 어둠 속 웅크리고 있던 슬픔들을
온전히 다시 세상 밖으로 돌려보내는 손
나에게도 그런 손이 하나 있다
김금란 시인의 <슬픔이 슬픔을 위로할 때>
아프고 쓰렸던 일도
어느 순간 초연해지는 것을 보면
마음에도 단단한 굳은살이 박이나봅니다.
무뎌졌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견딜힘이 생겼다는 뜻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