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11 (수) 행운목
저녁스케치
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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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비장함이 행운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제 몸을 툭 자르고서 사는 게 뭐가 좋아
접시에 물 한 모금을 행운이라 말할까

남 보기엔 볼 품 없는 한 토막나무이지만
손과 발이 다 잘려도 놓지 않는 목숨 하나
그것이 행운이라고 푸른 싹을 내민다

행운이란 조각조각 부서진 아픔까지
앞날을 밝혀주는 혼(魂) 불이라 생각하는지
수맥이 잘린 허리에 삶의 얼굴을 묶어 둔다

임영석 시인의 <행운목>


우리가 말하는 행운은
죽은 줄 알았던 나무에서 싹이 나는 것 같은
아주 뜻밖의 일이지만

행운은 생각보다 더 가까이 있는지도 몰라요.

어김없이 맞은 아침,
무사히 목적지에 닿고,
평소처럼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웃었던 하루가
어쩌면 행복 그 자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