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맛난 삶이라도
한 가지 맛으로만 산다면 그건 싱거운 일
자란 곳이 서로 다른 나물에
생의 감초 같은 고추장 두어 숟갈 밥과 함께 비비면
쓰고 달고 맵고 짠 제 잘난 맛은 없고
팔도의 맛을 낸다
사람 사는 동네도 가난한 동네는
열두 곳도 더 거쳐 온 영혼들이 모여
달그락 쨍그랑 오만가지 소리를 내며 살아가는데
무슨 맛으로 사는지는 몰라도
보면 서로 머리를 숙이고 웃음을 섞는
비빔밥 같은 사람들
어쩌다 함께 밥을 먹는 날이면
한 양푼 가득 밥을 비벼 여러 개의 수저로 달그락 거리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더 먹으라며 밥을 미는
서로 성이 다른 사람들
조성범 시인의 <비빔밥>
쓴 나물이든, 단 나물이든
고추장 넣고 슥슥 비비면
그 맛이 한 데 어우러지요.
세상에 각기 다른 사람들도
비빔밥처럼 어우러져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