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나무와 눈이 맞았다
한동안 뿌리 근처를 서성이며
내가 불쌍한가, 나무가 더 불쌍한가 가늠했다
처음에 잎도 하나 없는 나무 쪽으로
연민의 무게가 기울었다
아버지는 떠났지만 아직 어머니가 남아 있고
바람 잘 날 없었지만
이제는 바람에도 이골이 났으므로
나무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나무의 눈과 마주친 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었다
나무는 솜털 덮인 눈, 따뜻한 눈으로
터무니없는 내 생각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
우습다는 듯 우습다는 듯
첫눈은 가지마다 내려 쌓였고
그날 겨울눈을 준비하지 못한 나는 그만
나무 밑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길상호 시인의 <겨울눈>
나보다 불행한 사람을 보면서
‘그래도 저 이보단 내가 낫지’하며 안도할 수 있지만
비교에서 오는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보면
그 행복은 순식간에 무너지니까요.
다른 사람에 견준 내 모습이 아니라
오직 내 삶 속에서 행복을 찾고 느끼는 연습이
우리에게는 늘 필요하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