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아파트 사이, 막대기 같은
길고 좁은 틈이 있다.
길들, 푸른 나무들, 움직이는 것들은
그 투명한 막대기 속에 있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 아줌마들 웃음소리, 엔진소리도
그 대롱 속에서 회오리치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온다.
먼 산의 고요한 능선은 연필심처럼 짧아
언제나 직선이다.
아침이 되면
막대기에 형광등같이 희고 기다란 빛이 들어온다.
어둠도 눈도 비도 바람도
곧고 좁은 수직선 안에 끼여서 온다.
가끔 검은 막대기 끝에서 별이 뜨기도 한다.
김기택 시인의 <막대기 속의 풍경>
많은 사람이 살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아파트단지 안이 적막할 때가 있습니다.
주차장과 놀이터는 텅 비고,
베란다에서 새어나오는 TV 불빛으로
저곳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뿐인 어느 날에는
빽빽한 아파트들이
사람의 온기를 가둬둔
콘크리트 블록처럼 느껴지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