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겨울밤 야식 먹는 즐거움으로
졸음을 좇아가며 버텨봅니다
무서움을 참으며
엄마는 바가지를 들고 김치광으로 들어가
머리통만한 통무와 양배추김치, 총각무, 갓김치를 꺼내오셨습니다
저녁때 잔뜩 해 놓았던 밥을 물에 말아 닥치는 대로 먹었습니다
배가 터질 지경이 되면 아쉬운 숟가락을 놓곤 했던
초가집 속 동화 같은 겨울밤 추억은 불혹을 맞았습니다
단 하루 살고 가란다면
세상 그 무엇도 부러울 것 없었던
내 나이 여덟 살의 그 끝없이 예쁜
그때로 가렵니다
기꺼이. 기꺼이.
심순덕 시인의 <엄마 생각 · 3 - 총각김치>
눈 쌓인 장독대에서 꺼낸
살캉살캉한 김치의 맛이 생각납니다.
여덟 살의 추억이
마흔이 되어도 선명한 이유,
그 추억 안에 엄마가 있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