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친구 하자고 다가왔다.
서로 트고 지내도 괜찮을 나이가 되었다고
말을 걸었다.
이제는 허물없이 어울려도 무방할 거라고 털어놓았다.
공연하게 언짢은 생각하지 말자고 했다.
사소한 일로 등지지 말자고
그랬다.
마주하고 바라보기에 민망했다.
부끄러운 생각이 떠올랐다.
재바르게 내가 먼저 손 내밀 수 있었는데
반갑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하여간 무슨 말이라도 하기는 해야겠는데
속마음을 들킨 듯하여 쑥스럽다.
강세화 시인의 <친구>
될 수 있으면 모른 척 하고 싶던 세월이었지만
막상 친구가 되어보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세월은 우리를 단단하면서도 유순하게 만들고
이해할 수 있는 폭과 깊이를 넓혀주었으니까요.
앞으로도 세월 따라 가야봐야겠죠?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친구 하나가 늘어 행복한 지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