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7 (금) 겨울 저녁 무렵에
저녁스케치
201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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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릴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세상에서
되돌리고 싶은 무엇이 있다고 느껴질 때
그 막막함이랄까
쓸쓸함이랄까

헐벗은 나뭇가지의 흔들림처럼
내 마음 또한 헐벗은 채로
한없이 흔들리고 싶을 때
다 알고 있는 줄만 알았던 그대 마음
손톱 끝의 봉숭아 물 만큼도 모르겠던 날의
산꼭대기 벼랑에서 눈보라에 언 마음일 때
주머니 깊숙이 손 찔러 넣고 퇴근하던 길
담벼락 아래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던
아주 오래 전 친구의 모습처럼

가끔은 내게도
반가운 일이 스며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드는 겨울 저녁 무렵에

박숙경 시인의 <겨울 저녁 무렵에>


따뜻한 연말이라는 말,
반짝이는 거리의 조명들,
삼삼오오 오가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이
나와는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면
내가 누군가에게 반가운 이가 돼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릴 적, 붕어빵 한 봉지 가슴에 품고 퇴근하셨던 아버지처럼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날 기다리던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상대방의 기쁨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