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9 (토) 안경
저녁스케치
20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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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을 뒤로 당기고
정면을 보세요
더 가까이 오세요

지금부터 당신은
반만 열린 세계로
입장합니다

막대기가 가리키는 곳
곳과 것
숫자 혹은 기호

이것은
알파벳F입니까 E입니까
출구가 없습니다
행성의 끊어진 고리
나비와 물고기

잘 보이지 않습니다
퍼진 원 같아요

그 누구도
내 눈을
이렇게 오래
들여다본 적은 없지요

눈을 떼면
거리가 생깁니다
나는 이 간격이 마음에 들어요

나의 골몰이
하나의
점이 될 때까지
위치를 가질 때까지

신미나 시인의 <안경>


요즘 우리는
대화를 할 때도 휴대폰에 눈이 가있고
마주 앉아 밥을 먹을 때도 TV를 쳐다봅니다.

사람의 진심은 눈빛에 담겨있는데
우리는 자꾸 어디에다 시선을 뺏기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