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는 그냥 하는 거죠. 일상입니다. 연구원(38세)씨는 겸손하게 말했다. 사랑이 담기는 종이상자는 재질이 다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코팅입니다, 라며 멋쩍게 웃었다. 우리는 언제나 연구합니다. 잠도 부족하죠. 게다가 박봉이랍니다. 와이프는 김밥을 말고 있습니다. 중국산 재료는 일괄 안 써요. 연구원씨는 약간 부끄러운 표정을 짓더니, 삶입니다,라며 얼굴이 빨개졌다. 연구는 힘든 일입니다. 별로 알아주는 사람도 없어요. 담겨 있는 내용이 중요하지 종이상자 따위가 뭐 중요하겠어요. 버려진 상자는 마음 따뜻한 오늘의 내일이다. 기자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플래시가 몇 번 터지고 연구원씨는 연구소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갔다. 월요일 책이 나온다는 기자의 말을 듣고, 박봉에도 불구하고 두, 권을 구입할까 생각했다. 연구원이 되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그의 엉성한 웃음이 담긴 책 두 권이 종이상자에 담겨 배달될 것이다.
서정학 시인의 <종이상자 연구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런 일은 해서 뭐하지?’
일에 대한 의미와 이유를 잃어버릴 때도 있지만
가끔 나의 수고를 알아주고
감사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다시금 자부심과 보람을 가집니다.
누가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무슨 상관이예요.
오늘도 묵묵히 우리의 일을 하면 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