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12 (화) 대짜고무신
저녁스케치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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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짜고무신 한번 보입시더!”
내 나이보다 서너 살을 앞서 부르던 어머니
장날 시장골목으로 들어서면
내 발은 엿가락처럼 늘어났다

발가락이 헛도는 대자고무신을 신고
터덜터덜 산길을 걸었다
고무줄로 발등을 칭칭 조여도
발보다 앞서가는 문수에
십리 길 오리 밖에 걷지 못했다

어느 날
흐르는 강물에 신발 한 짝을 던져버리고 돌아온 날
회초리를 내려놓은 어머니는 돌아서서 우셨다

고무신처럼 질긴 가난과 억척스런 어머니
내 발보다 작아진 어머니를 만나고 올 때면
헐렁한 신발 하나가 헐떡거리며 내 뒤를 따라왔다

잃어버린 신발을 찾으려고 나는 평생을 헤맸다
발 치수 마음치수 꼭 맞는 짝을 찾아
먼 길 함께 걷고 싶었다

주인 잃은 신발은 어디쯤 흘러가고 있을까

오늘도
외짝 헌 신발을 끌고 무작정 걷는다

서상만 시인의 <대짜고무신>


아들은 너무 어려 어머니의 마음을 알지 못했고
어머니는 너무 가난해서 자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어렸으니까, 어려웠으니까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