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사는 한옥 섬돌 위에
남자 신발 하나 투박하게 놓여 있다
혼자 사는 게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남자 운동화에서 구두에서
좀 무섭게 보이려고 오늘은 큰 군용 신발 하나
동네에서 얻어
섬돌 중간에 놓았다
몸은 없고 구두만 있는 그는 누구인가
형체 없는 괴귀怪鬼
다른 사람들은 의심도 없고 공포도 없는데
아침 문 열다가 내가 더 놀라
누구지?
더 오싹 외로움이 밀려오는
헛신발 하나
신달자 시인의 <헛신발>
여자 혼자 살면 위험하니까
현관에 남자 신발 하나 갖다 놓으라고 해서 갖다놨더니
긴장하라는 남들은 긴장을 안 하고
낯선 신발에 내가 더 놀랐다는 이야기.
두려움과 외로움, 쓸쓸함...
혼자의 삶에는 극복해야할 것들도 참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