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정체의 날은 왜 슬픔에 잘 어울리는지
막힌 도로 위
차 안에 갇혀
패배의 날들을 생각한다
붉은 금을 긋고
1킬로미터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에게
어떤 표정을 보여주어야 하나
모두에게 숨겨온
속마음과 가장 가까운 말을 한다면
나는 또 무엇을 잃게 되나
단 한 번도
예측한 방향에서 오는 법이 없는 삶을 생각하며
어제도 오늘도
벼랑 같은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따뜻한 손이라 믿었던 것에 상처 받은 채
하지 못한 말은 하지 않은 채
강물 냄새에 숨을 씻으며 어둠을 가른다
꽃이 피는 기척에도 놀라는
나만큼 외로운 사람들
도망가지 못한 사람들
서로의 그림자를 붙잡고 따라가는 불빛 속에서
나는 너무 슬퍼질까 두려워 혼자 웃는다
웃어서 다시, 가만히 슬퍼져도
이운진 시인의 <강변북로>
차가 막히는 도로 위...
빨강, 노랑, 초록 신호 중
가장 따뜻해 보이는 빨간불은
우리를 가지 못하게 막아섭니다.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으면서 도망치지도 못하는...
매일을 인생의 도로 위에 선 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