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 아침
의견이 달라
혼자 나와 숲길을 걷는다
길옆에 푸르고 고고한 자태의
키 큰 소나무
붉고 굵은 소나무들이
삐뚤빼뚤 잘도 컸다
그 모양새가 멀리서 봐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그렇다
꼭 곧아야만 질서(秩序)는 아니다
서로 개성(個性)대로 어울려
상생(相生)하는 것이
더 멋진 세상이 되는구나
눈을 감고 걸었다
소나무들이 뭐라고 합창(合唱)을 한다
그래 얼른 집에 가서
더 아끼고 자상한 남편이 되겠다
모두 잠잠해졌다
권형원 시인의 <산행 교훈>
산에 가보면 똑같이 생긴 나무는 하나도 없지요.
굵기도 다르고, 높이도 다르고,
어떤 나무들은 혼자 굽어 자라기도 하죠.
모두 같은 모습으로 사는 게 아니라
제 개성대로 사는 것이 세상의 질서입니다.
개성이 곧 질서라면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와 같지 않은 것도 자연스러운 일.
그렇게 생각하면 남과 다툴 필요도 없겠다, 싶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