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인가
꽃인가
한참 들여다봐도
고개만 갸우뚱
꼬리만 살래살래
삶이 그러코롬 힘겨웠단 말이시?
그렇군 그래그래
서리에게도
번개 폭풍 장대비에게도
그저 그렇게
끄덕끄덕 하라는 말인갑제?
이제야 그걸 알아채다니
어릴 적부텀 내내
요로코롬 일러주었는데도
이 바보 청맹과니가
알아보지 못해 미안코나
그래도 여전히 시큰둥
먼 하늘 먼 빛 보라꼬있구나
이제는 멀리 멀리
노을도 마음자리에 턱,
올려놓으란 말이제
낮달도 어둠도
지그시 눈여겨보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싱긋이 껴안으며
웃어보란 말이제 응?
*밀란쿤데라의 동명 소설 이름에서
나병춘 시인의 <강아지풀>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 내리면 내리는 대로
묵묵히 받아들이며 살아가라는 듯 하네요.
한들한들 흔들리는 강아지풀처럼 유연해지면
어느 날 지는 노을 보며 웃을 날도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