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22 (금) 어떤 시위
저녁스케치
201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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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를 주는 대로 받아먹던 전송기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전원을 껐다가 켜도
도대체 종이를 받아먹지 않는다

사무기기 수리소에 전화를 해놓고
덮개를 열어보니

관상용 사철나무 잎 한장이
롤러 사이에 끼어 있다

청소 아줌마가 나무를 옮기면서
잎 하나를 떨어뜨리고 갔나보다

아니다
석유 냄새 나는 문장만 보내지 말고

푸른 잎도 한장쯤 보내라는
전송기의 침묵시위일지도 모른다

공광규 시인의 <어떤 시위>


우리의 몸이 가끔 아파오는 것도
이제 좀 쉬었다가 일하라는 싸인이자
더는 일 못하겠다는 침묵시위일 수도 있어요.
우리 몸이 장기파업에 들어가기 전에
쉼과 여유를 선물해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