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25 (월) 인기척
저녁스케치
2019.11.25
조회 485
인기척은 골목에서 녹으면서 쌓인다
거리를 걸으면 집들이 어루만지는 것일 수 있다

내려오며 허공을 다 어루만진 눈처럼
기념사진 속으로 사라지는 벽화

살림살이가 아무렇지 않게 새어 나왔다
희망이거나
슬픔이 현재를 방치하듯

가난한 골목을 걸었다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현 위치에서 출발했다 마을 안내지도는
1코스 2코스 3코스가
다시 만난다고 한다

빈집을 어루만지는 과거를 나와
미래의 빈집을 걸었다

잠잠한 집들이
문 닫힌 냉장고 같아서 열어보고 싶었다
런닝구만 걸친 사내가
인기척에 젖어 의자에 앉는다

냉장고 안의 음식처럼
이 골목은 체온이 낮다

김예강 시인의 <인기척>


높은 언덕에 자리한 달동네가 생각나네요.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몇몇 어르신들이 자리를 지키는 동네 말이죠.

골목마다 사람냄새가 그득했던 과거는 어디가고
이제는 어쩌다 들리는 인기척이 반가운 곳이 됐습니다.

이 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겠죠.

사람이 없는 동네는
골목의 체온마저도 낮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