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 수제비 끓여 자시고
나 먹으라고 부뚜막 뒤에 한 그릇 덮어놓곤 했지
한 여름 학교에서 늦게 돌아오면 그게 돌덩이처럼 불어
뚜껑을 삐뚜루 모자처럼 쓰고 있었는데
그 사이로 동네 파리가 다 몰려들어
먹고 싸고 잔치를 벌였지
나는 그걸 고추장에 비벼서 퍼 먹고는
소를 먹이러 가고는 했다
나는 지금도 밥보다도 수제비가 좋다
라면을 먹어도 지렁이처럼 퉁퉁 불은 게 좋다
그 속에 어머니가 있는 것 같으니까
이상국 시인의 <나는 퉁퉁 불은 라면이 좋다>
맛이 아니라 추억으로 먹는 음식이 있죠.
어릴 적 내 고향이 그려져서,
친구들의 왁자지껄한 수다소리가 들려와서,
엄마가 옆에 살아계신 것 같아서
맛이 없어도 찾게 되는.
아니, 그게 더 맛있는 음식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