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잠들었는데
새벽에 방문을 여닫는 인기척에 깬다.
자면서 한사코 이불을 걷어차는 유구한 역사의 식구들,
죽은 사람의 눈을 감기듯
이불을 덮어주고 간 아내의 손끝이 한없이 부드러워
잠 깨어 다시 일어난다.
일어나 앉아 자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내 눈을 감기고 옷 입혀줄 큰아이가
옹알옹알 잠꼬대를 한다.
뭉텅뭉텅 잘린 말끝에 알았지 아빠? 한다.
잠꼬대를 하는 것도 나의 내력이라
내림병이라도 물려준 양 얼굴이 화끈거린다.
저 눈꺼풀 안의 눈빛이 사탕을 녹여 부은 듯 혼곤하리라.
이현승 시인의 <잠 깨우는 사람>
밤새 걷어찬 이불을
아내나 남편이 살포시 덮어줄 때
‘아, 이런 게 사랑이구나’ 싶지요.
자는 자세부터 잠버릇까지 닮은 아이를 보면
‘이래서 또 가족이구나’ 흐뭇해지고.
가족들의 사랑을 느낄 때
우린 여느 때보다 달콤한 단잠에 빠져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