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하지 마라
비록 조그만 꽃이라도
나도 땅덩어리에 뿌리박았다
업신여기지 마라
돌 틈에 온몸 비틀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하늘을 향하고 있다
누구의 눈길도 받을 수 없어
외로울 거라 착각하지 마라
보잘 것 없어도 이 땅에 보낸 이
사랑에 매달려 있다
항상 어두운 데 있다고
더럽다고 생각하지 마라
낙원 향해 얼굴 내미는 순간,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안 보이니 놀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비록 어두운 땅 일구고 있으나
뙤약볕 견뎌 낸 꽃송이 얼굴 떨굴 때
달콤한 열매에 마음 녹으리라
김영배 시인의 <뿌리>
새봄과 함께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봄을 지나면서 흐지부지, 자신감도 의욕도
꽃과 함께 져버린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점점 작아지고 초라해지는 것만 같아
가느다란 바람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말예요.
그런데 걱정 말아요. 아직 때가 아닌 걸요.
봄을 지나는 동안 단단히 뿌릴 내렸으니,
여름이 지나고 결실의 계절이 오면
꽃보다 찬란한 우리의 시간이 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