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도
뜨거운지 따뜻한지 미지근한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힘이 들어 주저앉아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을 때
누군가 아무 말 없이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 줬을 때 알았습니다
가슴이 저려서 꾸욱 누를 때
누군가 아무 말 없이
손을 가만히 잡아 줬을 때 알았습니다
이 온도가 따듯한 것이었구나, 라고요
36.5도
뜨거운지 따뜻한지 미지근한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햇살 좋은 날에 내어 널었던 이불을
어머니께서 아무 말 없이 꺼내 주실 때
이불 속 고슬고슬한 햇살 냄새에서 알았습니다
이 온도가 따듯한 것이었구나, 라고요
36.5도
뜨거운지 따뜻한지 미지근한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세월의 물결에 떠밀려 정신없이 살아지다
내 속에 숨어 살던 여린 모습의 자아를 만나
나에게로 오는 길에서 시를 만나
실컷 울고 나 편안해질 때
이 온도가 따듯한 것이었구나, 라고요
딱, 36.5도로 살아내고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움도 아픔도
딱, 36.5도 였으면 좋겠습니다
내 몸의 온도로 말입니다
아, 이 정도가 36.5도인 거구나 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정설연 시인의 <36.5도>
손을 잡았을 때 온기가 전해지는 온도
안아주었을 때 가슴의 응어리를 녹이는 온도
엄마 품처럼 포근한 마음의 온도 36.5도.
하지만 혼자선 그 따스함을 느낄 수 없기에
우린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