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풋풋함
울퉁불퉁 까칠한 나를
어느 작은 카페로 데려가더니
찰나간 몸뚱이를 싹둑싹둑
몇 동강도 모자라 십자 갈림의
아픈 고통을 준다
그마저 부족한지
뜨거운 물에 퐁당퐁당 빠뜨려
혼쭐내듯 거칠게 씻겨주는데
수모와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고
왜 이리 힘들게 하는지
재채기 나는 빨강 가루 뿌리고
몸이 오그라드는 하얀 알갱이에
향수 뿌리는지 가지각색의 향기에
가른 배 사이로 알록달록 범벅질
가득 채운다
순식간 정신없이 당해버린 나
이쁘다나 맛있다나 하며
투명한 상자에 갇혀버린 나에게
맛있게 잘 익어라는 메아리만
나원참!
세상에 이런 황당한 일이
불쌍한 생으로 태어난 게
너무너무 슬픈 나
도현영 시인의 <오이소박이>
오이의 입장에선
시련에 시련을 거듭해야 하지만,
아삭아삭 식감으로, 시원한 감칠맛으로,
지친 여름 기운을 북돋워 주는 오이소박이.
음식도 그러한데,
우리 삶은 더 힘겨울 수밖에요.
그래도 씩씩하게 살기로 해요.
지금 우리가 흘린 땀과 눈물은
가족의 행복이 되어 보석처럼 빛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