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6 (목) 6월이 슬픈 이유
저녁스케치
202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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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과 7
산맥처럼 높은
사이에 저문 봄과
드미는 여름어귀에서
새색시 면사포 같던
수양버들 삼단머리에
검은 곡조가 흐릅니다

6월이라서
슬픈 것만은 아니지요
어떤 이들은
6월이 되면 강으로 가고 싶다 하고
더러는 6월이 오면 한 편의 시가
그리워진다고 합디다만
그달에 나는 사랑을 잃었습니다

사랑을 잃어본 사람 아니고는
그런 사랑 말할 순 없을 테지요
이별이란 처절한
기억의 아픔이거든요
장미꽃 가시넝쿨보다
더한 찔레꽃 등줄기에
돋아서 번지는 상실의 흔적을
차마 어이 하랴
여윈 6월은 슬픕니다

이제는
절망으로 무너지는 가슴이 싫습니다
붉은 꽃조차도 싫습니다
가슴에다 검은 리본을 달고 다닌다 해서
무슨 위로가 되겠습니까마는
그래도 한 말씀은 듣고 싶습니다

슬픈 6월이여
우리 이별하지 말자
이별 탓하지도 말자
가고 또한 오는 것이
계절의 비옥한 순환인데
다 용서합시다 미워하지 맙시다
내가 그리하면 저도 그리할 것이니
6월의 전쟁도 6월의 항쟁도
남과 북의 만남도 6월의 쓰라린
내 사랑도 한 번쯤은 생각하겠지만
지울 수 없는 상처일지라도
좋은 추억으로 남겨 둡시다

김동기 시인의 <6월이 슬픈 이유>

비록 나의 슬픔이 아닐지라도,
역사의 아픔은 늘 가슴 깊이 새겨두어야 합니다.
숱한 슬픔의 역사가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고,
우리에겐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의무가 있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