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12 (수) 감사 돌려막기
저녁스케치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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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사 통장은 자주 마이너스가 된다.
힘든 일이 닥칠 때 만
콧구멍으로 숨 들어 가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오늘 세끼 밥 다 먹게 해 줘서 감사합니다.
아침에 일어나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사소한 감사로 통장을 불려 놓는다.
불어난 감사는 내 삶의 불쏘시개가 되고
한동안 식량 걱정 없는 주부가 되어
감사를 탕진해 버린다.
‘감사합니다’를 하루에 삼천 번씩
십 년을 하면 재벌이 된다고 하는
밑천 없이 재벌 되는 책의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수많은 검증 도구를 거쳐
확인했지만 결론은 재벌이 아니다.
하루 삼천 번 15분이면 가능한데
그 쉬운 걸 실천 못하고
감사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
누구 감사를 꾸어다 통장을 채워 놓을까?
아무에게도 빌릴 데가 없다.
다시 내 자가 발전소를 켜고 감사일지를 쓴다.
잘나갈 때 쓰는 감사 주문은 복리이다.
요즈음 모든 게 편해서 소원해진 감사기도를 다시 올리자.
춥지만 햇살 고와서 감사합니다.
마스크 덕분에 감기가 덜 걸려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무탈해서 감사합니다.
죽을 때까지 써도 돌려막을 일 없도록
시도 때도 없이 감사해서 통장에 넣어 놓자.
이다겸 시인의 <감사 돌려막기>
펑펑 쓴다고 뭐랄 사람 하나 없지만,
감사 통장만큼은 마이너스로 만들지 말고,
꿔다 쓰지도 말고, 무조건 많이 채워둬요.
행복은 감사 통장에 주어진 특별한 복리,
감사는 행복에 행복을 더해갈 수 있는 삶의 비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