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자전거, 낡아서 끊어진 체인
손잡이는 빗물에 녹슬어 있었네
고장난 자전거, 한때는
모든 길을 둥글게 말아쥐고 달렸지
잠시 당신에게 인사하는 동안에도
자전거는 당신의 왼쪽 볼을
오른쪽 볼로 바꾸어 보여주었네
자전거는 6월을 돌아나와
9월에 멈추어 섰지
바퀴살 위에서 햇살이 가늘게 부서지네
내가 그리는 동그라미는
당신이 만든 동그라미를 따라갔지
우리는 그렇게 여름을 질러갔지
고장난 자전거, 9월은 6월을 생각나게 하네
뜯어진 안장은
걸터앉았던 나를 모를 테지만
녹슨 저 손잡이는 손등에 닿은 손바닥을
기억하지 않겠지만
권혁웅 시인의 <고장난 자전거>
같은 숫자가 아닌데도
가끔 9와 6을 헷갈립니다.
숫자 9를 뒤집으면 6처럼 보이듯이,
사진에 찍힌 오른쪽 뺨이 왼쪽 뺨처럼 보이듯이,
이미 헤어졌지만 아직 헤어지지 않은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