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 측백나무 그늘에 나서
햇살 한 줌 못 얻어먹어
저런 녀석도 꽃 피울 수 있을까 싶도록
쬐끄만한 몸 비비 틀리고 꼬이었어도
귀는 있는 대로 다 열어두고
오가는 발소리 숨소리 헤아리더니
세월없이 저 홀로 딴청이더니
찬 서리 내리고 어깨에 단풍 지자
엇 뜨거라, 고개 번쩍 쳐들고 있다
늦었다 싶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죽을 힘 다하여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 반짝 피워내는,
가장 낮은 그늘에 살아 있는 것들이 그러하듯이
내일 당장 떠날 깝시라도*
오늘 마지막 숨 태워 정한 빛 뿜어내는,
그래서 눈물겹게 더 아름다운
늦가을 국화
* 깝시라도 : ~망정이라도
배창환 시인의 <가장 낮은, 더 아름다운>
늦가을이 핀 국화가
느지막이 이뤄낸 사람들 같습니다.
가진 것이 부족해 제 때는 놓쳤지만
죽을 힘을 다해 늦게라도 꽃 피운 사람들...
가장 강인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떠올리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