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늘 있던 강물들이 비로소 흐르는 게 보인다 흐르니까 아득하다 춥다 오한이 든다
나보다 앞서 주섬주섬 길 떠날 채비를 하는 슬픈 내 역마살이 오슬오슬 소름으로 돋는다
찬바람에 서걱이는 옥수숫대들, 휑하니 뚫린 밭고랑이 보이고 호미 한 자루 고꾸라져 있다
누가 던져두고 떠나버린 낚싯대 하나 홀로 잠겨 있는 방죽으로 간다 허리 꺾인 갈대들 물 속 맨발이 시리다
11월이 오고 있는 겨울 초입엔 배고픈 채로 나를 한참 견디는 슬픈 공복의 저녁이 오래 저문다
정진규 시인의 <슬픈 공복>
10월도 일주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한층 쌀쌀해진 것을 보면
겨울이 다가올 채비를 하는 모양이지요.
겨울의 기미는 가을의 쓸쓸함마저도 휑하니 날려버립니다.
배가 고픈데 딱히 먹고 싶은 게 생각나지 않는 사람처럼..
텅 빈 마음을 채우지 못하고 그냥 허하게 둘 때가 많아지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