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새소리보다 부지런한 아버지와 그분은
새벽별빛을 이고 나갔다가 달을 지고 돌아왔다
땡그랑 땡그랑 워낭소리에 서서히 동이 트는 완식골
문서 없는 그분 땅은 오만 평
가문의 족보에도 없는 그분이 찹쌀죽을 게 눈 감추듯 드시고 나면
보리밥 고봉으로 먹은 아버지는 상전을 모시고 들에 나갔다
한 번도 앞서 간적 없는 아버지
그분의 걸음에 맞춰 평생을 살았다
보릿고개에서 만난 장대비에도 그분의 양반걸음은
조금도 흩어지지 않았다
몇 해 전 방울소리 들으며 아버지가 완식골 지나 종산으로 가신 뒤
생전의 힘이었던 그 분에 대한 예의를 갖추려고
오늘 제사상엔 쇠고기 한 점 올리지 않았다
해마다 보리밭은 초록이고 자운영 꽃밭 붉은데
두 분이 떠난 뒤
고향집도 외양간도 텅 비어 있다
이사랑 시인의 <아름다운 동행>
같이 일하는 동료이자,
집안의 재산이자, 자식 같은 존재라며
지극정성으로 소를 돌봤던 아버지...
고향의 텅 빈 외양간, 젊은 아버지 모습이 떠오르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