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25 (금) 벌레 먹은 채소를 찾습니다
저녁스케치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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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자슥들 입으로 쏙쏙 들어갈 것인디 어찌
독한 농약 함부로 뿌리겄냐 때깔은 이리 풍신나도
요런 것이 몸에는 이로운 것잉께 이파리 하나도
버리지 말아야제

구멍 숭숭 뚫려 벌레들이 먹다 남긴 채소들을
봉다리 봉다리 풀어 꺼내놓으시던 어머니

당신 덩치보다 큰 마대 자루에 고향 텃밭 가득 담아
버스에 싣고 와서 전라도 사투리 집안 가득 쏟아내면
불품 없던 푸성귀는 맛있는 나물 되고 구수한 국이 되어
자식들 입속으로 들어가고 합죽한 어머니 입에서는
보름달이 둥실둥실 떠올랐다

백화점 마트에는 매끈하고 잘생긴 채소만 진을 친다
벌레 먹은 채소는 어디 없나요, 외치고 싶어진다

정영선 시인의 <벌레 먹은 채소를 찾습니다>


진짜 유기농채소는
벌레들이 먹다 남긴
못생긴 채소가 아닐까 싶은데요.

아마도 숭숭 뚫린 이파리 구멍으로
엄마의 사랑이 잔뜩 스민 모양입니다.

아, 백화점 마트에 비싼 채소요?!
엄마 텃밭의 채소는 못 따라 오죠~